요약: 본 챕터에서는 여신숭배와 여성의 역할, 그리고 여신숭배가 어떻게 소멸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고대 사회 여신숭배는 중요한 종교적 요소였으며, 다양한 문화에서 숭배되었다. 그러나 가부장적 종교(유대교, 기독교 등)의 확립으로 인해 점차 소멸되었다. 가부장적 종교의 확산에 따라 신의 이미지는 남성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여성의 역할 또한 축소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더는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게 되었고, 육체적이며 종속적인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종교에서 배제된 여성의 역할을 다시 조명하고, 가부장적 종교 구조에 도전하며, 새로운 영성 모델을 제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신성을 인정하고, 종교적 영역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① 나는 어딘가에서, 땅은 여성으로서 씨앗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지(Mother Earth)로 항상 인식되는 반면, 하늘은 자연스럽고 본질적으로 추상적이지만 유일한 능력을 지닌 남성으로 인식되었다는 생각에 동화되어 있었다. 근동과 중동의 거의 모든 여신들이 하늘의 여왕으로 불려지고, 이집트에서는 고대 누트(Nut) 여신이 하늘로서 인식되고, 그녀의 남편이자 오빠인 겝(Geb)은 땅으로 상징되었다는 사실을 배울 때까지는 의심할 여지없이 받아들여왔다. (168p)
→ 일반적으로 남성은 하늘, 여성은 땅으로 묘사하는 것은, 남성은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존재이지만 여성은 수동적이며 받아들이는 존재로 규정하는 사고와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는 여성이 하늘, 남성이 땅으로 상징되었음을 보면, 이는 자연적인 것이 아닌 문화적으로 각색(구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성경, 불경, 그에 따른 교리도 마찬가지로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성경에는 여성 혐오적 교리와 호모포비아적 교리가 한데 섞여 있다(구약과 신약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성경이 기록된 시대는 가부장적 사회였고,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지위에 있었다. 여성은 많은 부분에서 배제되며 남성에게 종속되었고, 여성의 순결이 가족의 명예를 결정짓는 이데올로기가 존재하여 성 규범 또한 강조되었다. 그래서 성경에는 여성의 역할을 종속적으로 규정하는 구절이 다수 존재한다. 또, 성경에는 동성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으로 명시되었지만, 정작 예수는 동성애를 비판한 적이 없고, 오히려 죄인과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라고 하였다.
어디까지나 신화이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이는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함과 동시에, 당대 권력자들의 사고가 적나라하게 녹아든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 혐오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고대에는 여신 숭배가 일반적이었지만, 남성 중심 종교가 확립되면서 여성에 대한 태도는 더욱 억압적으로 변했다. 현대에는 다시 변화의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성 혐오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여성의 사고력과 지성에 대한 오늘날의 태도는 선사시대, 고대 역사시대와는 현저하게 다르다. 어디에서나 여신은 현명한 고문과 예언가로서 경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 이전 아일랜드 전설에서 셀틱 세리덴(Cerridwen)은 지혜와 지식의 여신이었으며, 가이아(Gaia)의 여사제들은 그리스 이전의 신전에서 신적 계시를 받아 지혜를 주었다. 이와 달리 그리스 데미테르(Demeter)와 이집트의 이시스(Isis)는 입법자뿐만 아니라 지혜, 분별, 정의를 주는 자의 역할을 하였고, 이집트 마트(Maat) 여신은 우주의 법칙, 순환, 진리를 나타냈다. 메소포타미아의 이쉬타르(Ishtar)는 사람들의 집정관, 선지자, 꿈의 여신이었다. 그녀를 숭배했던 님루드 성(the city of Nimrud)의 고고학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서는 여인들이 법정 안에서 재판관과 배심원 역할을 수행하였다. (170p)
→ 고대 여성들은 특정 문화, 종교, 신분에 의해 학문적 활동이 가능했지만, 강화된 가부장제 때문에 여성의 교육 기회가 빠르게 줄어들게 되었다. 따라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 기회도 제한되었고, 여성의 역할(임신, 출산, 육아)이 규정되면서 지적 활동이 축소된 것이다. 설령 공부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남성 중심 학계에서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 다양한 학문에서 여성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 지도자도 점점 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남성이 여성보다 지능이 높다, 좌뇌가 발달하여 논리적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사고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도 성적이 훨씬 우수하다는 속설을 깨부순 신경과학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초중고 모두 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의 성적보다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게 남성과 같은 교육 수준을 갖추었지만, 여성의 ‘학문적 성취’는 여전히 폄하 당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지적 능력보다는 가정에서의 역할이 강조되며, 미디어에서 여성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만연하며,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여전히 남성이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여성 리더십에도 직결되어 공직자나 기업 임원에도 남성이 8할을 차지한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우리는 여전히 남성중심적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똑같은 성과를 내어도 평가절하되는 여성들, 이유가 무엇일까? 여성은 왜 비이성적인 존재로 전락하였을까?
③ 결국 신화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침내 이러한 전설들은 단순한 동화와 달리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신화는 매우 특정한 관점을 증명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신화는 인식을 좌우한다. 이것들은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데,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감수성이 예민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 신화는 종종 보상 또는 처벌을 받는 사람들의 행위를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분명한 예시로 인식하게 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듣게 되는 많은 이야기들은 단순히 태도 뿐만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윤리, 도덕, 행동, 가치, 의무감, 심지어 유머 감각까지도 어린 시절에 들었던 단순한 비유와 우화를 통해 종종 계발된다. 우리는 신화를 통해 사회에서 용납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다. 신화가 의미 있는 것으로써 인식되면 자연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옳고 그른 것, 선과 악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신이 여성이고 현명하며, 용감하고, 강력한, 정의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종교에 의해 확장되고 전파된 신화와 전설들은 오늘날 남성적인 종교에 의해 제공된 것들과는 다른 여성 이미지들을 제공함이 분명하다. (170~171p)
→ 한국은 불교와 유교적 신화가 개개인의 사고방식 및 가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연하다’, ‘자연스럽다’라고 느끼는 것들이 대부분 신화와 직결되어있다. 과거 여신 중심 사회에서는 신화 속 여성들이 강인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나타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 중심 신화에 의해 변형되거나 삭제된 부분이 있다. 신화는 한 사회의 윤리적 가치관, 도덕, 행동 양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어렸을 때 굳어진 신념이 성인기의 사고방식에 이바지하기 때문에, 기존의 신화나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것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또,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 구조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만약 여성 중심 신화가 깊게 내재한 사회가 아직 남아있었다면 그곳은 여성이 권력을 쥐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신화는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최근 등장하는 여성 중심 서사는 여신 숭배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SF나 판타지 장르에서는 여성 영웅의 비중이 높아졌다. 디즈니의 ‘뮬란’, ‘겨울왕국’은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모아나’는 여성 캐릭터가 자주적으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 담겨있다. 최근 다양한 문학 작품, 영화, 드라마 등에서 여성 서사를 다루고 있지만, 중간에 남성을 개입시키면서 여성 서사에 금이 가거나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직까지 많다.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며, 앞으로 어떤 여성 신화를 새롭게 창조하고, 어떤 가치를 후대에 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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