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 신체
 
요약: 이 챕터에서는 신체가 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논의하고 있다. 젠더에 따라 신체가 해석되는 방식이 다르고, 역사적으로도 신체에 대한 개념이 변해왔다. 페미니즘에서는 신체를 단순한 자연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의미가 부여된 대상으로 바라본다.
 
◎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이 같은 상호작용과 상호 의존의 복잡한 유형들을 오랫동안 탐구해 왔다. 메리 더글러스와 조앤 W. 스콧처럼 입장이 서로 다른 학자들도 우리 자신, 우리 정체성, 우리 신체를 경험하는 ‘자연적인’ 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방법은 없다고 공히 주장한다. 그들은 정체성들이나 신체 모두 사회적, 담론적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사회적 몸은 물리적 몸이 인식되는 방식을 제약한다”고 말하면서, 더글러스는 이렇게 주장한다(38-39p).
◎ 또한 그런 시기에 섹슈얼리티와 물리적 신체는 특히 많은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정치적 상징물로 출현한다. 인간 섹슈얼리티에서 가장 무질서하다고 여겨지는 측면들은 사회적 원자화, 위계의 타도, 변화의 통제 불가능성을 나타내기 위해 원용된다. 이런 담론 장 내부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무질서한 것을 정치체 내부에서 일어난 성적으로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감염으로 정의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그들이 사회 부적응자라고 명명했던 이들의 신체에 사회 통제를 향한 그들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다(40p).
> 보수주의자가 동성애와 같은 그들만의 ‘정상성’에서 벗어난 행위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한국에서는 동성애를 재생산을 못 한다는 이유와, 동성애를 하면 지옥에 간다는 개신교적 사상 때문에 여전히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레즈비언 부부가 정자 기증을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그들이 말하는 ‘재생산’이 가능해졌는데, 여성은 꼭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서만 임신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여성을 남성의 지배와 통제 하에 가두려는 가부장적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
 
ⓐ 신체들과 권력
- 지식 체계들은 그것들이 ‘앎의 대상’인 신체들에 대한, 그리고 마찬가지로 ‘앎의 주체’인 신체들에 대한 권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44p).
- 결혼을 안 한다 해도 그것은 아무런 탈출구도 되지 못했다. 급증하는 성 담론은 이성애 거부를 생리학적·심리적 병리로 만들어 비혼자 역시 옭아맸다. 이런 방식으로, ‘제도화된’ 근대 주체는 그 또는 그녀의 섹슈얼리티 그 자체가 되었다. 섹슈얼리티가 의인화되어 주체가 된 것이었다(45p).
> 비혼주의를 선언해도 사회적 통제는 여전히 강하게 작용한다. 비혼=이성애적 정상성에서 벗어난 행위이며,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처럼 병리화 되거나 낙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비혼을 선언하는 여성이 많이 듣는 말 중에 ‘이기적이다’가 있다. 대체 뭐가 이기적인 걸까? 결혼하지 않고, 후손을 낳지 않으면 이기적인가? 개인의 존재 자체가 그의 성적 정체성이나 실천과 동일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의 영향력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다양한 신체들, 의미를 표출하는 신체들
- 『옹호자』의 멜로드라마 한가운데에 ‘진정한 여성’이라는 신화가 놓여 있다. 이 신화는 본래 남성들이 여성을 고분고분한 아내, 독실한 아이 양육자로 만들기 위해 고안되었는데, 『옹호자』의 지면에 등장했을 때는 여성의 선천적인 순수성과 경건함의 단언이 남성의 선천적인 성적 타락을 확언하는 것으로 재가공했다. 진정한 여성이라는 신화는 이제 부르주아 여성들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가내 지배와 공적 영역에서의 참여를 위해 부르주아 남성들과 대결할 수 있도록 그 여성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러나 이는 억압적이고 무성적인 주체성을 선봉하는 개인적 대가를 치를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 여성들은 적극적인 섹슈얼리티를 버리는 대신 사회적 권위와 정치적 행위자성을 얻은 것이다. 이들의 복잡한 상징체계 내부에서, 성매매(즉, 상업적 섹스)는 상업 경제 자체의 위험들을 상징했다. 남성들의 억누를 수 없는 섹슈얼리티는 새로운 경제 안에서 남성 권력을 특정지었다. 힘없는 성매매 여성은 새로운 임노동 체계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계급 여성들을 대표했다. 나아가 성매매 여성은 새로운 자본주의경제 안에서 여성들의 무력함을 대표했다(51-52p).
> 성매매 여성에게는 페미니즘을 실천할 필요가 없다는 담론이 생각났다. 성 노동을 반대하는 일부 급진적 페미니스트는 이를 단순히 여성 착취로 해석하며 그들 개개인의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여럿 존재한다. 물론 성매매는 불법적인 일이며, 최종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단순히 착취 피해자로만 보는 시각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되레 배제하는 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정치체
- 왜냐하면 평등은 동일성을 가정하기 때문이다. 여성과 유색인 권리의 완전한 인정은 페미니즘의 초점을 여성의 젠더화 된 차이들과 필요들에 대한 법적, 헌법적 인정을 추구하는 데서 젠더 중립적이고 보편주의적인 용어들로 여성의 필요를 표상하는 데로 전환함으로써만 성취될 수 있다. 젠더상 특수한 여성의 요구를 여성과 남성, 흑인과 백인,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등 모든 시민들의 신체의 온전성[통전성Jintegrity)과 성적 상상계의 보호를 위한 요구로 나타냄으로써만, 페미니즘의 목표가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다(Cornell 1995, 3-27)(56p).
> 이 문장에서 ‘신체의 온전성’과 ‘성적 상상계 보호’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법과 제도로서의 평등이 아닌, 개인의 신체가 온전히 존중받고 성적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다. 단순히 법적 평등을 넘어선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듯하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제안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외에는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답은 모두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바뀌지 않는 걸까?
 
ⓓ 민족을 체현하기, 타자를 배제하기
- 우리의 극가적 타자들을 기형적이라거나 위험하다고 묘사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신체를 국가적 정치체에서 배제하고 축출해야 할 필요와 더불어 그들의 육체성을 재호가인한다. 이 타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해(민족에 속하는 내부자들도 그렇고, 또한 외국인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부적절한 교육 체계를 창출하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일을 별로 하지 않으며, 제한적인 귀화법을 통과시키고, 탑처럼 높은 벽을 쌓아올리며 국경 경비원과 경비견을 파견한다(58p).
- 이제 ‘무국적 난민 시대’나 ‘불법체류자 시대’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시대에, 새로운 부류의 타자적 신체가 우리에게 경보를 울린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국경 주변에서 배회하고 있다고, 우리 민족을 둘러싸고 있다고 상상하는 어둡고 위협적인 신체들이다(60p).
> 이 챕터는 현대 사회에서도 만연한 유색인종 차별과 맞물린다. 또, 문장을 발췌하진 않았지만 ‘유럽인들과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복잡한 애증 관계’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2 장 문화
 
요약: 문화는 젠더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장에서는 미디어, 문학, 예술, 종교 등이 어떻게 젠더를 재현하고 규범화하는지를 다룬다. 미디어에서 젠더 표현이 특정한 역할에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부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논의되며 젠더 규범에 저항하는 문화적 움직임에 대해 다루고 있다.
 
ⓐ 복잡한 단어
> 문명이라는 단어는 본래 문화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고, 19세기에는 문명과 문화가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문화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지적이며 특히 예술적인 활동의 생산물이라는 뜻을 얻게 되었고, 이런 발전을 재현하고 초래하는 모든 것들을 문화에 포함하게 한다.
 
ⓑ 인류학과 문화
> 초기 인류학 연구가 대부분 남성 중심적으로 수행되었으며, 많은 연구들이 남성의 경험을 보편적인 경험으로 간주하고 여성의 삶을 부가적으로 다뤘다는 부분에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 했다. 인류학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문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젠더 연구의 도래로 성별에 따른 경험 차이가 고려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그람시와 문화 | 계급, 문화, 그리고 농촌의 변천에 대한 분석
> 그람시는 문화가 단순한 상부구조가 아닌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헤게모니 개념을 통해 지배 계급이폭력이나 강제력만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와 문화를 통해 피지배 계급의 동의를 얻으며 권력을 공고히 한다고 분석하였다. 그람시의 이론을 토대로 여성은 단순히 경제적, 정치적 억압의 대상이 아니며 문화적 헤게모니의 구조 속에서 규정되고 억압되는 존재로 이해된다. 여성은 이러한 억압에 대항 헤게모니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유기적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람시적 분석이 여성 해방의 중요한 틀이 될 수 있다. 가장 어렵지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 여성들이 남성들의 집에 들어갈 때
> 카셀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외과의의 신체는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잘못된 장소에 있는 잘못된 신체로 간주되었다. 여성 외과의가 자신의 일을 잘하면 그녀를 진짜 여자가 아닌 걔, 또는 레즈비언으로 간주되었고, 적절한 여성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여성은 무능력하다고 여겨졌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만연한 논리다. 최근 붉어진 ‘퐁퐁’ 논리 또한, 전문직이거나 고학력의 여성들도 어느 한쪽(보통 성적인 부분의 사생활을 일컫는다)에서는 문란할 것이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하고 가엾은’ 남성이 이 여성들을 설거지하며 독박 쓴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집안의 모든 일을 여성이 해야 하고, 시가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당연하며, 바깥에 나가서 돈을 벌어와 집안 살림 비용을 반반씩 분담하는 게 ‘이상적인 여성상’이라는 게 대단한 모순이다. 일을 잘하는, 유능한 여성들도 무능력한 여성들과 똑같이 평가절하된다.
 
ⓔ ‘여성 문학’
> 이제까지 삶의 방식에 초점을 맞췄던 저자가 여성 작가의 문학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했다. 이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95p의 마지막 문단이다. 문화는 역사적 순간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고정된 일련의 의미를 제공하
지만, 동시에 그 개인이 문화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울림을 받았다. 많은 여성들이 문학을 매개로 목소리를 내며 여성들의 세계관을 정립하려고 했던 것처럼, 남성 중심적 문화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접 여성 문화를 생산해 내는 것은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는 아무리 미미한 방식일지라도 세계사 창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이는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면서도 의의가 있다.

+ Recent posts